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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심리전문가의 역할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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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심리학의 발전을 위한 제언
작성일 :
2008-04-23
조회 :
1991

한국건강심리학의 발전을 위한 제언

 

김정호(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건강심리학의 대두와 발전은 시대적 요청이다. 불과 몇 십년 사이에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병의 유형이 크게 변화하였는데 이러한 질병은 전통적인 의학적 접근만으로는 다루기가 어렵다. 사고에 의한 상해와 사망의 비율도 급격히 증가하였는데 이러한 사고의 예방에는 의학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점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고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복지(well-being)상태로 보게 되었다. 또한 최근의 급격한 의료비용의 증가와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질병이 발생한 후에 치료하기보다는 미리 예방하는 데 초점을 두게 하고 있다. 이러한 질병과 건강분야의 변화는 심리학, 특히 건강심리학의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건강의 유지와 증진에 심리학적 접근이 매우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실제적으로 심리학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는 못하다. 질병과 건강에 관한 현상은 미국 등의 선진사회와 유사하지만, 이러한 질병과 건강분야에서 심리학의 기여는 선진사회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건강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전문인들도 건강분야에 있어서 심리학의 역할에 대하여 제대로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심리학자들은 주로 심리적 건강과 심리적 질병에만 관심을 두어 왔다. 그것도 심리적 건강의 증진보다는 심리적 질병의 검사 및 측정과 치료에만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다행히 1994년에 한국건강심리학회가 창립되고 꾸준한 발전을 지속하고 있으며, 대학원과정뿐만 아니라 대학학부과정에도 건강심리학 강좌의 개설이 증가하고 있고, 점차적으로 많은 심리학자들이 건강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현장에서의 기여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건강심리전문가제도가 실시되어 건강분야에서의 심리학자들의 기여가 크게 증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의 건강심리학이 좀더 발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을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1) 대학원과정과 대학학부과정에서의 건강심리학 커리큐럼 개발

미국의 경우에 건강심리학은 대학원과정에서 임상심리학의 한 하부전공으로 다루어지거나, 몇 개 전공의 협동과정으로 다루어지거나, 혹은 독립된 전공으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점차적으로 독립된 전공으로 설립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학원과정에서 건강심리학 전공을 제대로 갖추어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임상심리학의 몇몇 과목이 건강심리학과 관련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건강심리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원과정에서 건강심리학 전공을 위한 커리큐럼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히 요청된다. 다행히 임상심리학을 중심으로 건강심리학과 관련된 과목을 증설하고 있고, 올해부터 덕성여자대학교 대학원에 건강심리학 전공이 개설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대학원과정에서 건강심리학을 전공하는 심리학자가 늘어남으로써 건강분야에 더 많은 심리학자들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건강현장에서의 심리학자들의 역할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대학학부를 졸업하고도 건강심리학 전공자로 건강현장에서 일정한 몫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학부의 심리학과에서도 건강과 관련된 과목을 증설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건강현장에서의 실습과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건강심리전문가와 건강심리사제도의 운영은 이러한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예상된다.

 

(2)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개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대의 주요 질병은 그 예방이 중요하다. 그리고 질병이 걸린 후의 치료는 비용도 많이 들고 오래 걸리므로 삶의 질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또한 현대의 주요 질병은 평소의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면 상당히 예방할 수 있으므로 심리학자들은 건강의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고에 따른 상해와 사망의 증가로 볼 때, 건강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사고의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증진 프로그램은 질병이나 사고의 유형에 따라 만들 수도 있겠으나, 그 대상을 중심으로 해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주부, 어린이, 청소년, 노인, 직장인 등 다양한 대상을 위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개발은 심리학자들이 실제적으로 사람들의 건강증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해주며, 아울러 건강분야에서 심리학자들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3) 질병치료와 재활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

질병은 가급적 예방하는 것이 좋으나, 발병을 했을 때 이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심리학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질병의 유형에 따라 적절한 심리학적 중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또 재활에 있어서도 심리학적 중재 프로그램의 개발은 이 분야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4) 건강현장에서의 건강심리학자들의 활동제고

우리나라에서도 복지사회의 개념이 보편화되고 질병의 예방과 건강의 증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여러 유형의 복지관이 많이 설립되고 있고, 기존의 보건소는 그 규모와 시설이 크게 확충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와 함께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도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복지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같이 건강과 복지의 증진을 위한 관심과 활동의 증가에 비해서 여기에 참여하는 심리학자들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좀더 많은 심리학자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건강과 관련된 과목의 개설을 늘리고 건강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심리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할 것이다.

 

(5) 건강분야의 다른 전문가들과의 협동

건강현장에서 심리학자들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강분야의 다른 전문가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과의 협동이 중요하다. 이제는 특정 질병의 치료에 있어서도 한 가지 영역의 전문적 지식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여러 영역의 지식이 요구된다. 따라서 건강심리학자들은 건강분야의 다른 전문가들과의 협동을 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건강심리학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상태이고 기존의 건강분야 전문가들의 저항도 예상되므로 건강분야의 다른 전문가들과 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협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리학자들이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건강과 질병 관련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이 요구된다. 또한 특정 학문의 우월의식이나 배타적 사고를 버리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 요구된다.